작년, 찬바람이 불어올 때 즈음,이번 겨울이 시작됨을 느낄 때,아버지께서 저에게 작은 가방을 하나 건네주셨습니다. 그 작지만 묵직한 가방 안에는당신도 몇 년 만에 꺼내 보는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먼지 묻은 카메라를 저에게 전해 주셨습니다. 1976년,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카메라.카메라 역사상 가장 판매량이 많았다는 카메라.캐논 AE-1과 50mm 렌즈 하나였습니다. 그 당시 당신의 한 달치 월급에 달하는 거액을 주고 사신 카메라를 제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저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만져본 것은 물론, 본 적도 없습니다.기억 저편 한 조각을 꺼내보자면 유치원 소풍 때, 일회용 자동카메라를 아버지가 쥐어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그게 저의 마지막 필름 카메라의 기억이었지만, 노출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