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사를 하게 되어서, 블로그에 새로운 글이 뜸했습니다.
사진 촬영도 다니지 못하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가지 못하여 블로그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마침 서울 출장이 생겨서 이때다! 하고 카메라를 챙겨 갑니다.
그러나 미팅이 길어져 해가 어둑어둑 해져 서울 구경은 물 건너가고,
이왕 늦은 김에 맛집이나 가자!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맛집 리뷰를 작성해 봅니다.
출장 장소는 망원동
해는 어둑어둑.
맛집은 미정.
급히 핸드폰으로 맛집을 찾고 찾아 나섭니다.
지나다 보니 이런 예쁜 곳도 있군요, 아직도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빌라촌 사이에 크지 않게 자리한 가게는
저와 같은 길치에겐 꽤나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이럴 때는 네이버 지도를 적극 활용해봅니다,
마침 찾아갔을 때는 조금 이른 저녁시간이라 대기가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자리에 앉고 난 후에 손님들이 모여들며 대기를 이루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무려 미슐랭 가이드 2021에 선정된 돼지국밥(?)입니다.
돼지국밥이 미슐랭 가이드라니, 제가 국밥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가격도 9천 원에 든든한 국밥 한 그릇이라니.
물론 저는 언제 올지 모르기에, 특으로 주문합니다.
깔끔합니다, 미슐랭은 깔끔함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옥동식 합정점은 총 1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가게지만 덕분에 조용하게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릇은 모두 놋그릇을 사용하여 한식의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우선 주문한 것 중 잔술이 제일 먼저 나옵니다. 보리로 만든 17%의 소주인데, 맛이 깔끔하기 그지없어, 돼지의 기름기와 냄새를 깔끔히 씻어내줍니다. 아 그렇다고 이 돼지국밥이 기름지거나 냄새가 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입맛을 깔끔하게 하여 마지막 한 숟갈을 처음과 같은 맛을 느끼게 해 줄 녀석입니다.
국밥을 마주한 첫 순간은 행해야 할 의식은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 보는 것입니다.
맑다.
처음 느끼는 감정입니다.
돼지국밥이 아닌 돼지 곰탕이라 적힌 메뉴판이 이제야 이해 갑니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국인 듯 탕인 듯,
돼지인 듯 닭인 듯
맑고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입니다.
두 번째로 만두피만큼 얇게 썰린 돼지고기를 고추지에 찍어서 먹어 봅니다.
잘 삶긴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놓다 보니 너무나 부드럽게 입속으로 들어가 야들야들하게 씹혀 사라집니다,
입속으로 들어갈 때는 마치 얇은 수제비 같지만 씹는 순간 매우 부드러운 수육처럼 씹힙니다.
돼지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깔끔함에, 고추지의 매콤함까지 곁들이면, 바닥에 깔려있는 밥은 잊고 허겁지겁 고기만 집어먹습니다.
조금 느끼해질 즈음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비치된 김치와 깍두기를 한입 베어 물면 새콤 아삭한 맛이 입맛을 처음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잔술과 깍두기만 있다면 무한정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잊었던 밥이 생각나 한 숟갈 크게 떠서 입 속으로 한 가득 넣어봅니다,
탕에 말아져 나온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탱글탱글한 밥알이 맑은 국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숟갈까지 밥알이 퍼지지 않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깔끔한 한 그릇이었습니다.
깔끔하고 든든한 곰탕 한 그릇에 세상 행복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저 메세나폴리스도 부럽지 않습니다.
거짓말입니다.
부럽습니다.
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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