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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더의 제품 사용 설명서/제품 리뷰

canon AE-1 필름카메라의 매력

일공삼일 2021. 2. 1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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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찬바람이 불어올 때 즈음,

이번 겨울이 시작됨을 느낄 때,

아버지께서 저에게 작은 가방을 하나 건네주셨습니다.

 

그 작지만 묵직한 가방 안에는

당신도 몇 년 만에 꺼내 보는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먼지 묻은 카메라를 저에게 전해 주셨습니다.

 

 

 

1976년,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카메라.

카메라 역사상 가장 판매량이 많았다는 카메라.

캐논 AE-1과 50mm 렌즈 하나였습니다.

 

그 당시 당신의 한 달치 월급에 달하는 거액을 주고 사신 카메라를 제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저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만져본 것은 물론, 본 적도 없습니다.

기억 저편 한 조각을 꺼내보자면 유치원 소풍 때, 일회용 자동카메라를 아버지가 쥐어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게 저의 마지막 필름 카메라의 기억이었지만,

 

노출계마저 고장 나며 모든 것을 수동으로 조작해야 되는 이 카메라는

저에게 너무나 흥미로운 장난감이자

사진에 대해서 다시 열정을 불 피워주는 계기였습니다.

 

마침 설 연휴를 맞이해, 아버지가 계시는 청도에 필름을 넣은 AE-1을 들고 찾아가 봅니다.

 

필름은 너무나도 화창하고 맑은 날씨를 고려하여 코닥 프로 이미지 100을 장착했습니다.

 

 

 

 

초점은 뷰파인더 가운데 상하 스플릿 스크린 방식으로 위쪽과 아래쪽의 상이 일치하도록 겹쳐지게 하면 되는데,

이런 방식의 카메라가 처음이다 보니, 많은 사진들의 초점이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40년 된 카메라와 렌즈가 초점이 맞는 부분에서는 매우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준 것에 새삼 감탄을 하고, 제 미천한 실력에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최근의 미러리스나 DSLR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필름의 감성 역시, 조금의 보정만 배운다면 흉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동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서 큰 희열을 느낄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필름 카메라를 아직 찾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한 장 한 장에 최선을 다 하고,

그러기 위해 뷰파인더에 집중하고,

결과물을 기다리는 시간이 설레는,

그 과정에서 오는 희열에 다시 AE-1을 가지고 거리로 나가볼까 합니다.

 

이번에는 다른 필름들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볼 생각에 벌써 가슴이 뛰는 걸 느낍니다.

 

누군가 그러길,

사진에는 실패가 없다 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이제야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초점이 나가고 구도가 이상해도 사진 찍는 그 순간의 즐거움과 그 당시의 기억에

모두 나에게는 소중한 한 장의 사진이 라고,

그런 의미가 아닐까 조심히 짐작해봅니다.

 

 

 

리뷰라고는 하지만 리뷰도 아니고 일상기도 아닌, 이상한 글이 되었습니다.

사실 장 단점을 써볼까도 했는데,

40년된 필름 카메라의 장 단점이 어딧겠습니까.

뭐 굳이 하나 단점이라면 요즘 필름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

 

필름 많이 만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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